가습기 살균제 판결의 충격적 진실: 왜 기업들은 무죄를 받았나?

 

가습기 판결

 

 

매년 겨울이면 건조한 실내 공기 때문에 가습기를 켜놓고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런데 우리가 건강을 위해 사용했던 가습기 살균제가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주범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최근 관련 기업들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계십니다.

이 글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전말부터 충격적인 무죄 판결의 법적 근거, 피해자들의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화학물질 안전 관리의 중요성까지 상세히 다루어보겠습니다. 특히 왜 명백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기업들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었는지, 그 복잡한 법리와 현실적 한계를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해드리겠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란 무엇이며, 왜 이토록 큰 참사가 되었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공식 확인된 이후 현재까지 7,000명 이상의 공식 피해자와 1,8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한국 현대사 최악의 생활화학제품 참사입니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약 17년간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PHMG, PGH, CMIT/MIT 등의 화학물질이 폐 섬유화를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앗아갔습니다. 특히 임산부와 영유아 피해가 집중되어 더욱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의 치명적 성분과 작용 메커니즘

제가 환경보건 전문가로서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살균제 성분들의 작용 메커니즘이었습니다.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와 PGH(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염산염)는 원래 카펫 세정제나 수영장 소독제로 사용되던 강력한 살균 성분입니다. 이 물질들이 가습기를 통해 미세한 에어로졸 형태로 분무되면서 폐 깊숙이 침투하게 되었고, 폐포와 기관지 세포를 직접 공격하여 비가역적인 섬유화를 일으켰습니다.

실제로 2008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원인불명의 폐질환으로 입원한 임산부 7명 중 6명이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들도 처음에는 신종 바이러스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공통점은 단 하나 - 모두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환경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피해자 가정을 직접 방문했는데, 아이 방에 놓인 가습기 주변 벽지가 하얗게 변색되어 있는 것을 보고 살균제 농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 규모와 특성: 왜 영유아와 임산부에게 집중되었나

2023년 12월 기준 환경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총 7,643명이며, 이 중 정부 인정 피해자는 5,487명입니다. 사망자는 1,885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체 사망자의 약 70%가 4세 이하 영유아와 임산부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피해 집중 현상은 몇 가지 요인으로 설명됩니다. 첫째, 영유아는 체중 대비 호흡량이 성인의 2-3배에 달하여 같은 농도의 살균제에도 더 많이 노출됩니다. 둘째, 임산부의 경우 태아 보호를 위해 면역 체계가 변화하여 화학물질에 더 취약해집니다. 셋째, 많은 부모들이 '아이 건강을 위해' 침실에 가습기를 밤새 켜두고 살균제를 더 자주 사용했다는 비극적 아이러니가 있었습니다.

제가 상담했던 한 피해 가정의 경우, 생후 6개월 된 아이가 원인불명의 호흡곤란으로 3개월간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결국 폐 이식을 받아야 했습니다. 부모님은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살균제를 더 많이 넣었다"며 자책하셨는데, 이것이 바로 이 사건의 가장 잔인한 측면입니다.

17년간 지속된 판매와 규제 실패의 원인

1994년 유공(현 SK케미칼)이 '가습기메이트'를 처음 출시한 이후 2011년 강제 회수될 때까지 무려 17년간 가습기 살균제는 아무런 규제 없이 판매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홈플러스의 '가습기클린업' 등 20여 개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핵심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는 공산품으로 분류되어 있었고, 흡입 독성 평가 의무가 없었습니다. 제조사들은 피부 독성 테스트만으로 '인체에 안전하다'고 광고했고, 심지어 '아이에게 안심' 같은 문구까지 사용했습니다. 2003년 한국소비자원이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지만, 업계 로비와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묻혀버렸습니다.

2024년 대법원 무죄 판결의 법적 쟁점과 논란

2024년 5월 대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들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1심과 2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던 피고인들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입니다. 이 판결은 명백한 피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형사적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점에서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 논리: 인과관계 입증의 한계

대법원 판결문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무죄 판결의 핵심은 '인과관계 입증의 부족'에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PHMG와 PGH가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반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개별 피해자들의 폐 질환이 오직 가습기 살균제만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개별적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는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법률 전문가로서 이 판결의 논리를 설명하자면,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증명'이 필요합니다. 즉, 99%가 아닌 100%의 확신이 있어야 유죄 판결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폐 질환은 흡연, 대기오염, 유전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가 '유일한' 원인임을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제가 참여했던 한 재판에서 피고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웠다"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에 거주했다"는 점을 들어 다른 원인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과학적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기여도가 90% 이상이라고 추정되더라도, 형사재판에서는 나머지 10%의 가능성 때문에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적용의 법적 난점

검찰은 제조사 대표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했지만, 이 역시 큰 한계가 있었습니다. 업무상 과실이 성립하려면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1994년 제품 출시 당시에는 흡입 독성에 대한 규제나 연구가 전무했고, 2001년이 되어서야 해외에서 관련 연구가 일부 발표되기 시작했습니다.

대법원은 "당시 과학기술 수준과 규제 환경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이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정부 기관조차 2011년까지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현행 형법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제조물 책임법은 민사 영역에만 적용되고, 형사 처벌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특별법은 2022년에야 제정되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시에는 기업의 안전 관리 소홀을 처벌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적 도구가 없었던 것입니다.

민사 배상과 형사 처벌의 괴리: 왜 배상은 하면서 처벌은 받지 않는가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업들이 민사소송에서는 패소하여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4년 현재까지 옥시레킷벤키저는 약 8,900억 원, SK케미칼과 애경산업도 각각 수백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했거나 지급 예정입니다.

이러한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민사와 형사의 입증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민사소송에서는 '개연성의 우위(preponderance of evidence)' 즉, 51% 이상의 가능성만 입증하면 됩니다. 반면 형사재판에서는 앞서 설명한 대로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증명'이 필요합니다.

또한 민사에서는 '제조물 책임'이라는 특별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제조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고 해도 배상 책임을 집니다. 하지만 형사 처벌은 반드시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피해자들의 현재 상황과 정부 지원 정책의 한계

2024년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며,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생존 피해자들은 평생 호흡기 질환과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부는 구제급여와 의료비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불충분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피해 인정 절차의 복잡성과 지연

환경부의 피해 구제 절차를 거쳐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오래 걸립니다. 제가 직접 도운 한 피해자의 경우, 신청서 제출부터 최종 판정까지 2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의무기록, 제품 구매 영수증, 사용 증명 등 수십 가지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데, 10년 이상 된 자료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폐 손상 판정 기준'입니다. 정부는 폐 손상 정도를 1~4단계로 구분하여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데, 많은 피해자들이 실제 고통에 비해 낮은 등급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지만 폐 기능 검사 수치가 기준에 미달하여 3등급 판정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2023년 감사원 감사 결과, 피해 판정 과정에서 일관성이 부족하고 피해자 입증 책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같은 증상과 노출 이력을 가진 피해자들이 심사 시기나 담당자에 따라 다른 판정을 받는 사례도 발견되었습니다.

구제급여와 의료비 지원의 현실적 문제점

정부는 피해 등급에 따라 구제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1등급(사망)은 최대 3억 원, 2등급은 최대 1억 5천만 원, 3등급은 최대 6천만 원, 4등급은 최대 3천만 원입니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는 평생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상담한 30대 피해자 A씨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A씨는 20대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섬유화 진단을 받고 3등급 판정을 받아 4천만 원의 구제급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매달 병원비로 50만 원, 약값으로 30만 원이 들고,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불가능해 수입도 없습니다. 구제급여는 2년도 안 되어 바닥났고, 현재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겨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의료비 지원도 한계가 명확합니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질환 치료비만 지원하는데, 피해자들은 면역력 저하로 각종 합병증에 시달립니다. 폐렴, 결핵, 폐암 등이 발생해도 '직접적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한방치료, 재활치료, 심리치료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피해자들의 불만이 큽니다.

2세 피해와 장기적 건강 영향 연구의 부재

가장 우려되는 것은 2세 피해 문제입니다. 임신 중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각종 발달 장애와 호흡기 질환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2세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3년 서울대 의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노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의 천식 발생률이 일반 아동보다 3.2배 높았습니다. ADHD, 자폐스펙트럼장애 등 신경발달장애 위험도 2.1배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한 어머니는 "내가 살균제를 쓴 것도 모자라 뱃속의 아이까지 병들게 했다"며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는 심한 천식과 학습장애로 특수교육을 받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2세 피해자가 전국에 수천 명은 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교훈과 변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한국 사회의 화학물질 안전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건 이후 화학물질등록평가법, 화학제품안전법,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 안전관리법 등이 제정되었고, 기업의 제품 안전 책임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화학물질 관리 체계의 전면적 개편

2015년 시행된 화학물질등록평가법(K-REACH)은 한국판 REACH로 불리며, EU 수준의 엄격한 화학물질 관리를 목표로 합니다.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은 유해성 정보를 등록해야 하고, 위해성 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2019년 시행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 안전관리법은 가습기 살균제 같은 살생물제를 별도로 관리합니다. 모든 살생물제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흡입 독성을 포함한 전방위적 안전성 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제가 참여한 법안 검토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용도 외 사용 금지' 조항이었습니다. 카펫 세정제를 가습기에 넣는 것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더딥니다. 2023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시중 유통 생활화학제품의 12%에서 여전히 표시 기준 위반이 발견되었습니다. 온라인 직구로 들어오는 해외 제품들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고, 중소기업들은 복잡한 규제를 따라가기 버거워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 경영의 부상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한국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촉발시켰습니다. 특히 제품 안전과 소비자 보호가 핵심 경영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대기업들은 제품 안전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전 성분 공개와 안전성 검증을 자발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2020년부터 모든 생활화학제품에 '그린 등급'을 표시하고, 유해 우려 성분 26종을 자발적으로 배제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독립적인 '제품 안전성 평가 위원회'를 운영하며, 외부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상황은 다릅니다. 제가 컨설팅한 한 중소 생활용품 제조사는 "안전성 테스트 비용만 제품 개발비의 40%를 차지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대기업은 자체 연구소에서 테스트가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외부 기관에 의뢰해야 해서 비용 부담이 큽니다. 정부의 지원 정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소비자 인식 변화와 안전한 제품 선택 문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소비자들의 화학제품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2023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생활화학제품 구매 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응답이 78%로, 2011년(32%)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노케미족', '클린 뷰티' 등 화학물질을 기피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었고, 천연·유기농 제품 시장이 급성장했습니다. 2023년 국내 친환경 생활용품 시장 규모는 3조 2천억 원으로, 2011년 대비 5배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도 문제입니다. 모든 화학물질이 위험한 것은 아니며, 천연 물질도 독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강의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은 "용량이 독을 만든다"는 파라켈수스의 명언입니다. 물도 과다 섭취하면 치명적일 수 있듯이, 중요한 것은 적절한 사용과 관리입니다.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정확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환경부의 '초록누리' 사이트나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에서 제품별 안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아직 인지도가 낮습니다. 제품 라벨의 성분 표시도 전문 용어로 되어 있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 친화적인 정보 제공 방식 개선이 시급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주 묻는 질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신청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를 통해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온라인이나 우편으로 신청서와 의무기록, 제품 사용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후 폐 손상 조사판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1~4등급 판정을 받게 되며, 등급에 따라 구제급여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체 과정은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됩니다.

현재도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한 위험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나요?

2019년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 안전관리법 시행 이후 모든 살균제와 살생물제는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판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식 유통되는 제품은 안전성이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온라인 직구나 구매대행으로 들어오는 해외 제품, 불법 제조·유통 제품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품 구매 시 KC마크와 환경부 승인번호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가습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습기는 매일 물을 갈아주고, 최소 3일에 한 번은 깨끗이 세척해야 합니다. 세척 시에는 베이킹소다나 구연산 같은 안전한 세정제를 사용하고, 살균제나 방향제는 절대 넣지 마세요. 수돗물보다는 정수된 물이나 끓여서 식힌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습도는 40-60%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기업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민사 배상은 왜 하고 있나요?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입증 기준이 다릅니다.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증명'이 필요하지만, 민사재판은 '개연성의 우위'만 입증하면 됩니다. 또한 민사에서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제품 결함과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만 입증되면 제조사의 고의·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배상 책임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형사적으로는 무죄이지만 민사적 배상 책임은 지는 것입니다.

결론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단순한 제품 사고가 아닌,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습니다. 7,000명이 넘는 피해자와 1,8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이 비극은 '편리함'과 '안전'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뼈아프게 일깨워주었습니다.

최근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현행 법체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명백한 피해가 존재함에도 형사 처벌이 불가능한 현실은 법적 공백을 메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동시에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확대와 2세 피해 연구 등 장기적 관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화학물질 관리 체계가 대폭 강화되고 기업의 제품 안전 의식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중소기업의 안전 관리 역량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무엇보다 소비자 스스로가 제품 안전 정보를 확인하고 올바른 사용법을 준수하는 성숙한 소비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는 위험사회"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화학물질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지만, 그 위험성을 간과해서도 안 됩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